저자인 룰루 밀러는 과학자인 아버지에서 "인생의 의미는 없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있어 인간의 존재란, 광대한 시간의 선에서 점 위의 점 위의 점이었다.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이며, 인간은 개미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토양 속에서 환기를 시키지도 못하고, 목재를 갉아 먹어서 분해 속도를 높이지도 못한다며 우리가 생각하는만큼 인간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녀의 아버지에게 이러한 관점은 '(인간은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니니) 원하는 대로 살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했다. 나 또한 현실에서 버둥거리다가 지칠 무렵 내가 우주의 점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생각하면 묘한 위로가 되곤 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버지의 이러한 관점이 인생의 의미를 부정하고, 마음을 부유하게 만드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말로 다가왔다. 그녀는 인생에 안정감 있게 뿌리를 쉽게 내릴 수 있는 부류가 아니었다. 어느날 다정한 안식처와 같은 남자와의 관계가 그녀의 실수로 끝난 후, 그녀는 인생의 의미가 끝날 것 같은 위기 속에서도 끈질기게 희망을 찾아내고야 마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과학자에게 매료되고, 그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를 해 나간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겉으로 보기에 훌륭한 사람이었다. 물고기를 열성적으로 연구하던 학자였고, 수많은 새로운 어류를 발견하고 이름을 붙였다. 벼락으로 인한 화재로 어류 표본이 불타서 그가 평생을 해 온 일을 거의 다 수포로 돌아갔을 때도, 그는 "당장 출판하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훌훌 털어냈다. 2년 뒤 그의 첫 번째 아내가 질병으로 사망했을 때도, 그는 매우 빠르게 털어내고 첫 아내가 죽은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아내를 얻었다. 지진으로 인해 30여년간의 연구로 일궈낸 유리 표본들이 깨져서 이름이 뒤죽박죽 섞여버렸을 때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에탄올을 구할 때 까지 물을 뿌려 표본의 상태를 필사적으로 유지했고, 유리 표본의 겉에 이름을 적는 방식이 아니라 표본의 살갗에 이름을 꿰매는 방식으로 작업 방식을 바꿨다. 그는 "낙천성의 방패"를 가지고, 아무리 안 좋은 날에도 노래를 흥얼거리며 회랑을 거니곤 하는 엄청난 회복탄력성의 소유자였다. 작가인 룰루는 이러한 데이비드의 회복탄력성과 낙천성의 비결을 알아내고자 노력했고, 그 비결 중 하나가 '자기기만'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는 여러가지 자기기만을 보여준다. 친한 연구자의 성 스캔들을 덮어주고, 이를 내부고발한 직원에게 부당한 인사조치를 내렸다. 스탠퍼드 대학의 직원 채용에 있어 족벌주의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그것은 대학에 도움을 주려고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또, 스탠퍼드 대학의 설립자인 제인 스탠퍼드의 죽음과도 연관이 깊게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년에는 우생학의 신봉자였다.
이렇게 자기기만으로 가득한 이 남자의 결말은 끝까지 아름다워 보인다. 스탠퍼드 대학의 학장으로 오래동안 이름을 남겼고, 분류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이름을 딴 수많은 물고기 학명이 존재하며, 그의 이름을 딴 대학교 건물과 학교, 강 등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1980년대 분류학자들이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제인은 본인을 표류하게 만들었던 데이비드, 그리고 아버지의 방식에 기만이 존재하며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꿴 플라스틱 구슬들-이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환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한 아파트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그 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일 수 있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고자 애썼던 관점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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