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IT업계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평소 인지하지 못하였던 자신의 소수자성을 마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마케팅 부서나 기획 부서와 같이 여성이 더 많거나 성비가 비슷한 부서도 있지만, 내가 일했던 바에 따르면 IT 회사의 구성원의 대다수는 남성이었다. 이러한 남초 현상은 개발 부서나 영업 부서에서 더 흔한 것 같다.
그런데 여기 IT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처음부터 기술영업을 하지도 않았지만 어도비 코리아(Adobe Korea)에서 첫 여성 대표를 맡은 '우영미'님의 이야기가 있다. 우영미 대표님은 당시 흔치 않았던 IT 스타트업에서 흔히 스타트업 직원들이 그렇듯이 전방위로 일을 하시다가 전문성을 찾고자 IT 영업인이 되셨다고 한다. 그 후 몇번의 이직을 통해 현재 어도비코리아 여성 대표가 되셨는데, 그 과정에서 어떻게 팀을 매니징하셨는지, 일을 수주하지 못한 경우에도 회고를 통해 성장했던 방법 등을 알려주신다. 개인적으로 나 같은 4-5년차도 좋지만 리더급(팀장, 실장 등)이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IT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그나마 신입이나 주니어의 이야기는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시니어로만 올라가도 여성의 존재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기에 이 책을 본 순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성 IT 동료들과 항상 '도대체 IT 시니어 / C레벨 여성들은 얼마나 적은 것인가!'라는 한탄을 해왔었다. 아마도 여성이 소수자인 IT업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이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는더러, 여성들이 대체적으로 자신의 실력 혹은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지라 IT업계에서 위까지 올라간 여성들의 이야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았다. 올해 <여성개발자 컨퍼런스>와 <여성개발자 인터뷰집>을 준비하면서도 많은 연사자/인터뷰이들이 '제 연차/실력에 이런걸 해도 될까요?', '제가 이런걸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라는 말씀을 참 많이들 하셨다. 우영미 대표님처럼 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해주셨으면 좋겠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해주신다면 나같은 후배들이 롤모델로 삼고 '나도 저기까지 올라갈 수 있겠군!'이라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IT업계에서 찾아보기 드문 여성 리더의 책인데다가 이 책의 판매수익금의 일부는 차세대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한 모임인 WIN(Women in Innovation)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 인상적인 문구
새로운 일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만 하면 두려움만 증폭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일이나 선택을 앞두고 두려움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려본다. 맞닥뜨릴 어려움이나 잃을 것들을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다 보면 실제로 그것들이 현실화되더라도 충격이 덜한 법이다. 게다가 실패하든 성공하든 경험을 통해 우리는 배우고 성장할 수 있지 않은가?
※ 이 리뷰는 출판사 '퍼블리온'으로부터 제품(책)을 지원받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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