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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by 추적단 불꽃

Sujin Lee (Daisy) 2020. 11. 13. 04:28

 

책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읽고 싶지 않았다. '역시나'는 역시나라고, 감정의 폭이 크지 않은 편인데도 책 초반의 추천사를 읽으면서부터 줄줄 울었다. N번방이 언론에 오르내리기까지 고생했던 N번방의 최초 제보자 '추적단 불꽃'의 책에, 두 어린 여성의 용기에 25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를 악물고 추천사를 써준 게 너무 느껴져서 추천사를 읽으면서부터 눈물이 맺혔다. 고생한 추적단 불꽃을 위해 이 책을 꼭 사고 끝까지 다 읽고 정성스러운 리뷰도 남기고 남들에게 추천도 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지만, 책을 읽는 초반, 너무 힘들어서 책을 몇 번이고 덮었다 다시 열었다. 2000년대에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범죄가 일어났는데, 제대로 처벌은 되지 않았고, N번방 기사를 읽으며 내내 분노해왔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때의 분노와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과... 갖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쳤기 때문이다. 

 

불과 단, 두 사람의 용기로부터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다. '나'가 '우리'가 되는 순간 불꽃이 타올랐다. 이제 더 많은 '우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 환한 불꽃에 합류할 때다.   -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피해자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정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불의에 분노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읽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구매는 해줬으면 좋겠다. 두 어린 여대생이 단순한 공모전으로 시작했다가 말도 안 되는 정신적 고통을 견다며 의무감으로 성범죄를 가시화했다. 많은 사람들이 책 구매와 일독으로 연대해주었으면 한다. 

 

 

<인상적이었던 구절> 

 

# 5%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우리의 차이점은 손에 다 꼽을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 사는 20대 여성으로서 겹치는 경험 역시 많았습니다. 살아온 환경, 살아온 방법, 살아온 시간이 달라도,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연대는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 13%

여성의 인격을 짓밟아 가해자들이 얻는 게 고작 돈이었다. 

 

# 29%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이상하고 신기했다. 

 

# 11%

경찰관은 "미성년자들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것은 처음 보는 사이버 범죄 유형"이라며 "사건이 중대하니 경찰청으로 사건을 올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아, 다행이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찰청에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치밀어 올랐다. 여성 안전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끼던 때였다. 2018년,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불법촬영과 웹하드 카르텔, 여성 혐오를 방치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벌였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불법촬영이라는 방식으로 은밀해지고 있다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여성 인권 시위였다. 그로부터 고작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인터넷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을 목도한 것이다. 

 

# 92%

하지만 우리는 살아 있다. 이 땅에서 살아남아, 외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연대하며 움직이는 이들이 있기에 내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추적단 불꽃은 성범죄 피해자의 고발을 지지한다. 그들의 고통은 우리의 몸을 통과해 심장을 건드렸다. 피해자의 상처가 나의 고통으로 바뀌어 발화하는 순산, 뜨거운 용암이 심장에서 솟구친다. 

우리가 써내려간 지난 1년간의 기록이,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는 여성들의 발자취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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