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전,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갔다. 그것도 지구 정 반대편의 호주로 말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과 맛있는 커피와, 모든 것이 다 좋았는데 딱 한가지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 있었다. 호주 사람들이 너무 친절했던 것이다..! 인종차별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갔는데 웬걸, 다들 너무 친절했다. 내가 버스를 잘못 타서 마지막 정류장에서 안 내리고 허둥지둥하자 어디 가냐고 다른 버스 타는 법을 알려주셨던 버스 기사님, 버스 안에서 말 걸어주신 할머님, 그리고 길거리에서 내가 여행지를 물어봤는데 내 헷갈리는 발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안내해준 여자분들까지. 근데 그 중에서도 당황스러웠던 친절은 마트나 가게에서 묻는 "How are you?"라는 질문들이었다. 하루에 몇번씩이고 그 질문을 듣는데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 잘 생각이 안 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말 하면 되는 것인지, 왜 자꾸 가게에서 내 안부를 물어보는지, 어떻게 대답해야하는지, 1) 내 상태 2) 고맙다 3) 상대방 안부까지 역으로 물어봐야하는지 1) AND 2) AND 3)을 해야하는지 1) OR 2) OR 3) 을 해야하는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해외에 오래 살다 온 언니에게 물어봤더니 저 질문에 대한 답은 "Good." 정도면 된다고 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NYU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던 사람인데, 나와 같이 문화 차이로 어리둥절했던 에피소드들이 담겨있어 재미있었다.
# p162
마지막에 교수는 이 수업 진행을 도와줄 티에이라며 나를 가리켰고, 나 역시 자기소개를 해 주길 부탁했다. 뭐 딱히 대단한 얘기를 할 것도 아니었고, 인사하고 이름을 말한 후 대략 내가 중국 영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같이 잘해 보자 이런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그때 그 교수는 내 말을 자르며, "그렇게 겸손해 할 필요 없어. 경문은 박사 과정생이야."라며 뭔가 나를 좀 띄워 주는 분위기를 만들고 수업을 끝냈다.
학생들이 각자 흩어진 후 정리를 한 뒤 그 교수는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이런 얘기를 했다. "아시아 학생들은 겸손해 보이려 그런 말을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마. 네 전공 분야가 아니더라도 그런 말은 안 해도 돼. 여기 미국 애들은 그걸 겸손으로 보지 않고 무시해." 그건 나를 생각해 주는 정말 고마운 충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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